넷플릭스 영화 '10년 (Ten Years Japan)'을 보고나서
넷플릭스 영화 '10년'을 봤다. 넷플릭스에 제목은 10년이지만 정확한 영화명은 'Ten Years Japan'이다. 제목에서 말해주듯이 미래 10년 후의 일본의 모습을 5명의 감독이 각자의 스토리로 만들어냈다. 평을 남기기에 앞서 내가 본 영화의 관점이기 때문에 감독들이 담으려 했던 주제와 괴리감이 클 수 있다는 점을 남긴다.
첫 번째 스토리 주제는 자본주의에서 고령화에 관한 내용
두 번째 스토리 주제는 인공지능에 관한 내용
세 번째 스토리 주제는 개인 데이터에 관한 내용
네 번째 스토리 주제는 방사능
다섯 번째 스토리 주제는 최근 일본의 평화헌법에 관한 내용이다.
사실 2,3,4, 주제는 내가 부족한 탓인지 이해가 잘되지 않았고, 무엇을 전달하려 하는지만 느꼈다. 그래서 기억에 남는 첫 번째와 다섯 번째를 남겨보겠다.
첫번째 스토리는 고령화로 인해 사회적 부담이 늘어나면서 저소득층이나 의료적 지원을 받는 75세 이상의 노인들에게 자발적 안락사 캠페인을 진행하는 일본의 모습을 그렸다. 영화에서 부유한 노인들은 해당되지 않는다.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나는 첫 번째 스토리를 보며 마치 만화 '이키가미'가 떠올랐다. 이키가미 만화에서는 조금 다르지만 전 국민을 대상으로 어릴 때 캡슐이 든 주사를 맞혀 무작위로 1000명 중 1명을 일정 나이대가 되면 캡슐이 터져서 죽게 만든다. 삶의 소중함을 전 국민들에게 일깨워준다는 이유로 말이다.
여하튼, 첫 번째 스토리는 꽤나 충격적이다. 한 저소득층으로 보이는 노인이 캠페인에 참여한 후 위로금 명목의 10만 엔을 받고 좋아하지만 죽기 전엔 꽤나 후회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간호사도 무미건조하게 패치하나(자발적 안락사를 만드는)를 붙이고는 나가버린다. 그리고 곧 노인은 죽는다. 너무 극단적으로 그림을 그려냈다고는 생각이 든다. 사형수도 사형 전 종교인을 만나게 하고 모든 절차를 지키는데 아무 죄 없는 인간을 죽이는데 마치 예방접종을 맞히듯 그려냈으니 말이다.
하지만, 자발적 안락사가 전세계적으로 얘기가 나오고 합법화되는 요즘 다른 시선을 볼 수 있게 해 줬다. 나는 지금까지 병든 사람에 대해서만 국한해서 생각해왔었다. 하지만 정말로 자발적 안락사가 대중화된다면 가까운 미래에는 스스로 생을 마감할 수 있게 하는 법안도 나올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왜냐? 비슷한 얘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신체적으로 매우 고통스러워 자발적 안락사를 허용하는 것이나, 삶을 유지할 수 없을 만큼 궁핍하다면? 그래서 사는 게 지옥이라면? 그것도 자발적 안락사를 허락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 때문에 말이다.
다섯 번째 스토리의 주인공은 전쟁에 꽤 무감각해 보인다. 하지만 주인공은 전쟁 선전 포스터가 잘 설치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업무를 한다. 업무를 하면서도 마치 영화 포스터를 설치하는 사람처럼 행동한다. 전쟁은 남일이라는 듯 말이다. 영화에서는 전쟁과 관련된 내용은 나오지 않는다.
영화 중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는 영화 마지막 무렵 영화 초반에 전쟁 선전 포스터를 설치하는 젊은 알바가 포스터 설치를 완료한 날 보이지 않아 작업자들에게 주인공이 행방을 묻는다. 같이 일한 작업자들은 아무 말하지 않고 가버리며 카메라는 포스터를 비춘다. '전쟁터에서 나라를 위해 젊은이가....' 그리고 주인공은 멍한 얼굴로 카메라를 응시하며 끝난다. 뭐 결국 전쟁터에 나가 죽었다는 말이겠지. 일본 정부의 욕심으로 인해 평화헌법을 바꾸려는 것을 꼬집으려 한 것 같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보더라도 전쟁은 전쟁을 하는 나라들을 넘어 전 세계에 고통을 준다. 일본은 평화하는 정 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2,3 번은 데이터와 관련된 윤리적 문제와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인한 윤리적 문제를 꼬집는다. 하지만 2번의 스토리를 영화에서 보면 과연 저정도로 비윤리적인 세상이 올 것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자세한 내용은 영화를 보시는 것을 추천한다.)
3번은 뭐.. 있을 수도 있는 얘기다. 죽은 엄마의 데이터를 딸이 확인하고 내연남으로 생각되는 남자를 알게 된다. 자신의 아버지냐고 묻는 딸에게 남자는 질문한다. '그 누구라도 데이터를 볼 권리가 있나?' 결국 현재 모든 것이 데이터로 기록되고, 내가 죽어서 타인에게 공유하기 싫은 데이터도 공유될 수도 있다는 얘기를 보여주는 것 같다.
영화의 러닝타임은 1시간 40분정도로 길지 않다. 나에게는 일본 만화에서 볼 법한 내용들이라 맞지 않았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쯤은 시간이 있다면 볼만하다. 그리고 무엇이 옳은가의 책을 읽었다면 추천한다!!
하지만 머리 아픈 영화를 싫어한다면 비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