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의 3분의 1이 지나가고 있다. 어제까지는 서울에 있었는데 바쁘지만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전이기도 하고, 내 생일이 곧이기도 하여 본가에 내려왔다. 새벽 첫 비행기를 타기 위해 4시간 정도의 잠을 자고 출발했다. 피곤하지만 현재는 곧장 들어가지 않고 이 글을 쓰기 위해 집 근처 맥도날드에 앉아있다. 그 이유는 비행기 안에서 얼마 지나지 않은 올해를 회고해보고 싶어졌다. 나에게 뭔가 짧지만 강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 어제까지의 그러니까 2022년 1월부터 4월 5일까지의 일들을 회고해보고자 한다.
[1월]
어수선한 새해를 맞이 했었다. 크리스마스 때 갑작스럽게 새로운 CEO로 교체되면서 회사에 대한 나의 열정은 식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는데 기존의 대표님은 나에게 능력을 보여주라며 많은 것을 도와주셨고 믿어주셨다. 하지만 새로운 CEO로 바뀌면서 내가 업무를 맡고 있는 파트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게 되었으며, 사람들이 나가고, 업무에 사용할 수 있는 예산 또한 없어지며 일은 모두 멈추었다. 그 시기쯤 나는 2년 동안 미뤄왔던 학위 논문을 쓰기로 2021년도부터 결심했었는데 좀처럼 시작하지 못했었다. (아마도 마음이 잡히지 않았던 것 같다). 물론, 통계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도 했고, 안 써봤기 때문에 손이 가지 않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어쩌면 지적받는 것이 스스로 두려웠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 같다.
[2월]
면접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1월 말부터 이직 서류를 넣었지만 내가 원하는 '서비스 기획'직군은 업무의 특성상 경력이 필요했고, 신입을 원하더라도 정말 말도 안 되는 능력을 원했다.(신입인데 경력 같은 신입) 처음에는 근거 없는 자신감에 경력직에도 건방지게 넣었고 당연히 광탈했다. 그렇게 서류 탈락만 어마어마하게 했다. 운 좋게 면접을 보더라도 면접 자리에서 가르치려 드는 사람부터, 다른 직군을 소개해주기까지 다양한 경험을 했다. 당연히 핏이 맞지 않는다며 최종에서 떨어진 경우도 있다. 그렇게 2월 말쯤을 향해 갈 때 그 높던 건방진 자존감은 어디 갔는지 바닥으로 추락했고, 능력이 부족하다는 자괴감에 빠지기 시작했다. 다시 운동 쪽으로 전향을 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좀 더 도전을 해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기 시작했다.
[3월]
다른 글에도 남겼지만 부당해고를 당했다. https://alexander-n.tistory.com/11?category=0
부당해고를 당했다 - 1
부당 해고를 당했다... 누군가는 읽고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글에 들어가기 앞서 타임라인 작년인 2021년 12월 우리 회사 CEO가 갑작스럽게 바뀌고, 회사가 어수선했다. 올해 2월 초 회사 경영을 축
alexander-n.tistory.com
지금 돌이켜보면 좋은 일이었던 것 같다. 물론 잘릴 거란 예상도 했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3월은 내가 선수 생활을 해오면서 굳혀졌던 마인드가 아니 삶에 접근하는 방식이 달라지게 된 한달인 것 같다. 다시 들어가 3월 초는 부당해고와 관련하여 일을 진행하느라 바빴고, 더 이상 이력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지치기도 했고, 차라리 쉬면서 제대로 준비하고 싶었다. 그 무렵 4월에 있을 초록 발표를 위해 논문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어쨌든 시작한 논문은 괴롭긴 했지만 역시나 내가 걱정한 만큼 고통스럽진 않았으며, 안 써 지지도 않았다. 통계도 계속 보다 보니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또한, 더 이상 무언가를 해야 되는 강박에서 벗어나기로 했으며, 아무것도 안 하기로 결심했다. 여기에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데 나는 성격이 급하고, 무언가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고 불안해한다. 그것을 고치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나에게는 나름대로의 훈련 방식이었다. 3월 초를 지나면서 우연히 스토아학파와 관련된 철학을 읽게 되었고, 급하고 부정적인 내 생각에 많은 변화를 주었다. 기억에 남는 말은 인간이든 일이든 그건 내가 스트레스로 해석했기 때문에 두렵고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라고, 또 누군가한테 위로의 말을 건넬 때처럼 스스로에게 말하라는 말이었다. 본격적으로 목표를 세우고 제대로 이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것도 이때쯤인 것 같다. 가능한 한 매일 1 블로그 하기, 나만의 콘텐츠 만들기, 나를 기록하기로 말이다.
[3월 말~현재]
그렇게 논문 초록 발표회는 무사히 지나갔다. 만약 인신공격이나 기분 상하는 말을 들어도 그것은 내 해석이 그런 거라 생각하기로 했고, 또 교수님들은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려 했다. 근데 정말 그렇게 생각하니 수정할 사항이 산더미 같아도 괜찮았다. 그냥 초록 발표를 한 내가 대단했고, 수정할 내용도 그냥 하면 되지라는 생각이 억지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들었다.
사실 대학원에 대해서 많은 후회도 했다. 비싼 학비를 내며, 내가 원했던 길이 아니라는 생각도 하였다. 또, 지금 가려는 서비스 기획에서는 체육학 학위는 필요가 없다. 이렇게 복합적인 것들이 대학원을 들어간 것을 후회하게 하였다. 하지만 내가 대학원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PPT나 프로젝트 진행에 대한 것이나 문서작업이나 모든 것을 해보지 못했을 것이고, 그러면 전 회사에 들어가지도 못했을 것이고, 난 맞지 않는 옷을 입은 사람처럼 병원에 운동처방사로 들어가려 하였을 것이다. 말이 다른 곳으로 세었지만 어쨌든....
서비스 기획과 관련된 강의를 수강했다. 총 4시간짜리 8회 수업 중 이제 1회 차를 들었지만 남은 회차는 내용이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이 또한 내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논문을 쓰면서 내 능력에 대해 자신을 가진 것처럼, 대학원에 들어가 배웠던 것처럼 말이다. 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10가지 중 하나라도 제대로 가져가면 된다.
남은 2022년도 나에게는 도전이 될 것이고 힘들 거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에픽테토스의 말처럼 역경이야 말로 내가 가진 능력을 재조명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하려고 한다. 또한, 지금까지 부정적인 생각이 나를 덮치고 초초하게 만들었다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내가 올바르게 해석하려는 정신승리(?)를 하려고 한다. 이제 다음 주부터는 새벽에 일어나 운동하고 일을 하고 저녁에는 공부와 논문, 주말에도 공부다. 스트레스라 생각하지 않고 여자 친구와 산책도 하고 여유롭게 걸으며 계절도 느끼고, 순간순간을 행복하게 살아보고자 한다. 예전처럼 무언가 특별할 때만 행복을 느끼려 하지 않고 말이다. 아마도 다음 회고는 논문을 모두 끝마친 7월쯤이 되지 않을까 싶다.
두서 없이 썼지만 2022년 4월 초까지의 회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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