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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일이라는 것에 대한 생각

나를 비롯한 소위 'MZ'라고 불리는 세대는 일에 대한 가치관이 다르다. 성장에 대한 욕구, 가치에 따라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 그러다 보니 이직이 잦고 일에서 의미를 찾는다. 최근 내가 다니는 회사에 매니저가 퇴사를 했다. 리모트 워크로 일을 하는 회사다 보니 직접 면대면으로 본 적도 없지만(화상 회의 때만 봤고 개인적으로는 말도 섞어본 적 없다.) 퇴사 이유에 대해 개인적으로 연락해 물어봤다. 무례한 질문에도 그 매니저는 답을 해줬다. "이 회사에서는 일에서 의미를 못 찾겠고, 그것이 답답함을 넘어 우울로 와서 이직도 안됐지만, 일단 퇴사를 결정했습니다."라고 말이다.

https://www.newspim.com/news/view/20221012000838


우리 부모님 세대는 일에 대한 의미가 다르다. 괴롭지만 버텨냈고, 평생 직장이라는 의미를 제대로 누릴 정도로 근속연수가 긴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한국전쟁 이후 망가진 사회를 재건하기 위해 가정을 위해 요즘 말하는 워라밸 따위는 없이 일을 했다. 한국 노동연구원 2002년 자료에 따르면 1980년도 월평균 근로시간은 223.9시간으로 주 6일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토요일까지 매일 평균 9.2시간을 근무했다고 한다. 근무시간의 경우 경제가 성장할수록 줄어드는 것을 보면 70년대에는 더 길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만약 223시간을 요즘의 시간인 주 5일제로 한다면 하루에 12시간씩 근무를 해야 충족할 수 있다. 식사 시간을 제외한다면 아침 9시에 출근하면 저녁 9시에 퇴근하는 셈이다. (최악이다.) 그러다 보니 부장님들은 칼퇴를 하는 우리를 보고 “우리 때는 말이야로 시작해 요즘 애들은 열정이라는 게 없어"라고 끝나는 말을 한다.

내가 존경하는 석학인 야마구치 슈의 '비즈니스의 미래'라는 책에서는 기술 혁신 만으로는 경제 성장을 이끌 수 없다고 말하며 재밌는 예시를 든다.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아폴로 13호' 영화에서는 사고가 일어난 아폴로 13호의 궤도를 다시 계산하는 장면에서 연필과 지우개, 계산자로 사용한다. 현재의 슈퍼컴퓨터가 계산하는 것이 아닌 사람이 인력으로 해결을 한 것이다. 현재는 모든 것을 컴퓨터가 해결하고 스마트폰이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나날이 기술이 진화를 거듭하는데도 노동 생산률은 하락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물질의 풍요를 위한 비즈니스에서 이제는 문화적인 풍요를 만드는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과거에는 물질이 부족했기 때문에 그에 따른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 많은 물건을 생산했기 때문에 경제는 성장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물질의 풍요를 겪는 현재는 물질을 무리하게 생산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총생산량을 나타내는 GDP도 이에 따라 하락할 수밖에 없다.

각설하고, 내가 상관없어 보이는 경제 얘기를 한 이유는 물질이 풍족해지면서 인간은 자연스럽게 본인의 만족으로 시선이 이동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세대는 먹을 걱정이나, 입을 걱정에 대해서는 사라졌다. (내 집을 가지는 것은 과거의 부모님들과 비교하면 절대 불가능에 가까워졌지만.) 하지만 풍요로운 물질도 경제 활동을 통해 구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일을 그만둘 수는 없다. 즉, 땔래야 땔 수 없는 관계가 된다.(물론 파이어족이라는 빠르게 은퇴하는 형태도 생겨났지만 어쨌거나 일은 해야 한다.) 그러므로 일주일 중에 가장 긴 시간을 사용하는 일에서 의미를 찾게 되고, 자기 스스로의 성장에 신경을 쓰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매슬로우는 인간을 욕구 5단계로 제안했다. 제일 기초적인 생리적 욕구, 그다음 안전의 욕구, 세 번째인 사랑과 소속 욕구, 나머지 존경 욕구, 자아실현 욕구 순서다. 우리는 현재 생리적 욕구와 안전의 욕구는 사회적인 복지 시스템으로 어느 정도는 보장받고 있다. 이젠 그 나머지 단계를 갈구한다고 보인다.

이러한 것들을 볼 때 우리 세대는 정신적으로 약하거나 집중을 못하기 보다는 자연스러운 사회의 흐름 속에 맞춰 가는 것 같다. 물론 좋은 방향은 아니지만 그러한 과도기에 있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어떤 흐름 속에서 살아야 할까? 능력 있는 사람들도 많고 열심히 하는 사람들도 많은 현시대에 성장에 대한 욕구만을 가지고 사는 것이 맞을까 아니면 문화적인 풍요를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것도 함께 고민하는 것이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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