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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 1

 인류 진화와 관련된 내용을 담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고 있다. 보통은 책을 모두 완독 후 글을 남기는 데 내용이 워낙 방대하고 많다 보니 끝까지 읽은 후에는 나의 매우 모자란 글 실력과 정리 실력 때문에 감상평을 적다가 포기할 거 같았다. 그래서 아직은 완독 하지 못했지만 글을 남긴다.


 인류학과 진화생물학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주제다. 내용은 매우 어렵지만, 인간이 어떻게 사회적 동물이 될 수 있는지 그리고 때론 왜 이기적으로도 행동하는 지 등에 대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사피엔스의 3분의 1 가량을 읽은 지금 농경시대 부분이다. 저자는 농경시대로의 변화가 인간에게는 좋지 않은 결과를 불러왔다고 주장한다. 물론 인구수가 증가하고, 자주 굶지 않으며, 식량에 대한 걱정이 없어진 것으로 인해 남는 시간을 생각하는데 투자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이 부분에서 나는 정말 공감하였다. 우리는 의식주 중에 무엇이라도 없다면 미래에 대해 고민 따윈 할 여유가 없어진다. 당장 생존을 위한 고민만이 우선이 되기 때문이다. 배가 부를 땐 지금 나 자신조차도 다양한 생각을 하기도 하고, 또한 배부름으로 인해 현재 상황이 편하니까 이러한 행복이 계속될까라는 불안감도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류는 식량에 대한 고민이 사라지며 예술이나 종교, 기술 등등에 투자할 여유가 생겼다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인간은 먹고 사는 것에 대한 고민이 또 생겼다고 말한다. 방금 전까지 자주 굶지 않는다고 말했다면서? 할 수 있지만 농경시대 전 수렵채집을 하던 시기에는 흉작을 걱정할 필요도 없었고, 농사가 안되면 어떻게 하지라는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다고 한다. 자연에 대한 지식은 수렵채집 시기에 인간이 더 풍부하였기 때문에, 한 가지의 음식(예를 들어 밀)이 없을 경우에는 대체할 수 있는 식량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날씨, 병충해 등등의 영향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농사를 하며 인간이 일을 하는 시간이 2배 정도로 늘어났다고도 한다. 사냥을 하고 열매를 따먹을 때는 짧은 시간 사냥을 하거나 필요할 때 열매를 먹으면 그것이 인간의 하루 일과의 끝인데 (대략 2~3시간) 농사를 하게 되면서 현대와 같이 새벽부터 저녁까지 일을 하게 되었고, 허리가 굽는 등의 현대인의 고질병인 근골격계 질환 등이 생겼다고 한다.

 

 그리고 저자는 호모사피엔스가 신체적으로 더 우위에 있던 네안데르탈인을 멸종시킬 수 있었던 것은 신화의 힘이라고 한다. 저자는 푸조의 예시를 들며 신화를 설명하고(내용이 길어지니 책에서 확인) 이러한 신화 덕분에 우리의 조상 사피엔스가 무형한 무엇인가를 믿고 연합할 수 있었다고 한다. 즉 사회를 이루게 할 수 있는 이유였다고 한다. 그리고 저자는 여기서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현재 인류의 끔찍한 문제점들을 본다. 인류가 지난 수백만 년 동안 수십 명으로 구성된 작은 무리에서 진화해왔기 때문에 대규모로 협력하는 본능이 진화하기에는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다고 말이다. 이 부분에서 나는 인종차별, 국가이기주의 네오나치즘, 지역이기주의 등등이 생각났다. 빠른 속도로 과학이 진화하고 똑똑한 사람들이 넘쳐나지만 대규모로 협력하는 부분에서는 사피엔스 시기에서 많이 벗어나지 못했다는 생각과 더불어 말이다. 그리고 예시를 들며 인간의 협력망은 대부분 압제와 착취에 적합하도록 맞춰져 있다고 말한다. 과거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벌어들인 식량이 소수의 엘리트들과 기득권층에게 분배되었다고 말이다.

 

 평등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그 유명한 바빌로니아 제국의 함무라비 법전과, 미국 독립선언문을 비교하며, 인간의 가치를 다르게 여긴 함무라비 법전과 모든 이가 평등하다는 미국 독립선언문 둘 다 이 문서의 신성한 원칙을 따라 행동한다면 수백만 명이 효과적으로 협동할 수 있을 것이며 공정하고 번영한 사회에서 안전하고 평화롭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약속한다고 한다. 귀족과 평민 노예로 나뉜 바빌로니아 제국에서 공정하고 번영한 사회라니...? 현대인들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상할 것이 없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의 계급도 인류의 신화에 대한 믿음일 뿐이며, 인간이 서로 평등하다는 것도 인간의 상상일 뿐이라고 말이다. 생물학에 따르면 인간은 평등하게 진화되지 않았다. 진화는 평등이 아니라 차이에 기반을 둔다고 말하며, 모든 사람은 차이가 나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고, 환경에 따라 각기 다른 특질을 발달 시키 게 된다고 말이다. 우리는 평등하지 않다는 부분에 대해서 저자의 의견에 공감하였다. 그 이유는 약육강식과 같은 말에서도 알 수 있는데, 현대 사회는 공동의 약속인 법으로 살인과 같은 범죄를 막고 있지만, 우리의 조상들은 생존의 위협을 느끼면 생존을 위해 누군가를 해쳤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도 나오지만 본인의 아이조차 본인의 생존이 어려우면 살해했다고 한다. 물론, 현대에서는 펜과 키보드, 다양한 방법으로 생명만 뺏지 않고 누군가를 살인한다. 이러한 이유가 진화적인 이유 때문이지도 않을까?


 사피엔스라는 이 책은 너무너무 재밌어 하루종일 읽고 싶은 책이다. 세계 석학들이 정의와 평등에 관해서 고민하는 이유를 조금 더 진화론적인 개념에서 보여주는 것 같아 재밌었다. 마치 어렵게 돌아가는 기계의 부품들을 하나하나 뜯어보는 느낌과 같이 말이다. 얼른 남은 부분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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