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

무라카미 하루키 -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예전에 한번 이 책을 빌린 적이 있었다. 그때는 한창 달리기를 뛸 때였다. 매일 달리기를 5킬로씩 뛰고 처음으로 15킬로까지 뛰어봤었다. 그러다 달리기 관련 서적을 읽고 싶어서 이 책을 포함하여 여러 권을 도서관에서 빌렸었다. 하지만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처음 몇 장만 읽고 그대로 반납했다. 뭔가 와닿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다 이번에는 이 책을 구매해서 읽어봤다. 왜 그때는 재미를 못 느꼈지라고 생각이 들만큼 매력적이고 재밌는 책이었다.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달리기에 대한 경험이 적혀있다. 어떻게 달리기를 시작했는지부터 달리기를 대할 때의 태도 등이 적혀있다. 소설로 유명한 세계적인 작가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작가의 삶을 아주 살짝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2009년에 나온 이 책에서 하루키는 그 당시에 매년 풀코스 대회를 출전했다고 한다. 또한, 울트라 마라톤의 경험도 책에 적혀 있다. 현재도 즐기는지는 모르겠지만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달리기를 시작하기는 쉬워도 체계적으로 훈련하여 대회를 나가고 그걸 넘어 울트라 마라톤까지 도전하고 성공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사람은 한편으로는 그럴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하루에 정해진 루틴대로 살고, 정해진 시간만큼 앉아서 창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달리기를 뛰어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자신과의 싸움이다. 참고 달릴지 걸을지부터 지루함도 느낄 수 있고 그것을 모두 이겨내야 한다. 소설을 쓰면서 어마어마한 자신과의 싸움을 한 것이 달리기에도 도움이 됐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가 한 번도 달리기와의 권태기가 안온 것은 아니다. 풀코스의 기록을 줄이는 것에 재미를 느끼다 어느 순간 정체가 되고, 체계적으로 훈련해도 느려지는 것을 느끼면서, 그리고 신체적인 한계를 느끼며 어느 정도의 권태기를 느꼈다고 말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달리기에 다시 매력을 찾았다고 한다. 기록에 연연하지 않게 되고, 달리기 그 자체를 즐기는 것으로 말이다. 선수 생활을 했던 나로서는 어느 정도 공감이 되었다. 기록이 줄어들면 마치 계속 이기던 게임을 지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당연히 곧 흥미를 잃게 되고, 다른 게임을 찾게 된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러한 '목표'들은 사라지게 되고, 스토리를 보게 되고 그 게임 '자체를' 즐기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운동도 같다. 그 과정을 거쳐 운동을 하는 자체를 즐기게 된다.

 

하루키는 달리면서 드는 생각을 이렇게 표현한다. '본질적인 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생각하고 있지 않다.'라고 말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나 돌아보게 되었다. 언제라고 묻는다면 선수생활을 하면서 물속에서 3~4시간씩 돌고 있을 때부터, 트랙을 달리고 있을 때, 은퇴 후 달릴 때, 현재 아침저녁으로 걸을 때다. 나도 같은 거 같다. 나는 생각다운 생각은 하지 않는다. 오늘 하루 일어난 일에 대한 걱정부터 잡생각이 스쳐가는 사람들처럼 지나간다. 마치 잠시는 시선에 들어오고 기억에 남지만 나중에는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이 책은 뭔가 담담히 하루키 작가의 운동에 관한 생각을 듣는 거 같아 '여러 번 읽겠다!'라고 결심한 책이다.

 

무조건 강력 추천하는 책이다.

반응형